오늘은 하루 종일 바쁜 일과를 보냈다.

고객님뿐만 아니라 시회부동산 상담도 해야 하고 인생의 고충을 토로하며 갈 길 바쁜 필자에게 대안을 부탁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경청 하고 또 농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시외지역도 왕래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일주일 전부터 자신의 딸들이 거주할 아파트를 구하고 싶다고 예약을 잡은 손님과의 일정이 있어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다.

전용면적 79m² 규모의 아파트를 구한다고 해서 매물 3개 정도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

보통은 자녀의 집을 구할 때는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아저씨 혼자만 방문하셨다.

고객에게 물건을 보여줄 때 처음에는 하위 물건부터 보여주고 마지막에 최상급의 물건을 보여주면서 충분한 비교 설명을 해주는 것이 계약 성공 확률이 높다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가끔씩 정보만 수집하기 위해서 자신의 집이 팔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방문하는 손님도 있는데 이번 경우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확인을 하는 모습에서집을 구해야겠다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30년 이상 된 노후아파트를 보여주고 10년 남짓한 아파트를 보여주기 위해 다음에 방문할 아파트의 임차인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도착하려면 몇 분이나 걸리는지 정확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5분정도 걸린다고 했더니 임차인이 문 앞에서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현관문에 “맹수가 살고 있는 집이니 노크하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맹수라면 성질이 아주 사나운 동물을 일컫는 말인데 당연히 호랑이나 사자는 아닐 것이고 멧돼지를 잡는 사냥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아파트 현관문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데 임차인은 맹수를 설득해야 하니 집에 들어오시면 정중하게 앉아 있어야 된다고 했다.

맹수의 모습이 궁금했다.

거실 입구에서 맹수를 보는 순간 내가 상상했던 그런 동물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대형 설치류의 일종인 뉴트리아 크기의 소형 애완견이었다.

우리가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맹수라는 호칭을 가진 애완견이 앙칼지게 짖기 시작했다.

“ 멍 멍 멍 멍”

고요한 적막을 가르는 울음소리가 천지를 울리며 허공으로 메아리쳤다.

임차인은 맹수 앞에서 타이르듯이 “앙거”, “앙거”를 연속으로 외치며 흥분한 강아지를 달래며 어루만지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참 뒤에 강아지가 마음이 진정 됐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임차인이 강아지가 움직이도록 방패를 풀어주자마자 우리 쪽으로 손살 같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마약이나 폭발물 탐지견이 후각을 이용하여 목표물을 찾아내듯이 후각을 이용하여 주저앉아 있는 우리들의 몸을 한 바퀴 돌면서 탐색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우리는 죄를 지은 용의자처럼 검색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움직이면 물릴까봐 꼼짝달싹하지 못 하고 강아지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한참 후 수색이 끝났는지 강아지가 임차인에게 돌아가자 임차인이 강아지를 안고 이제는 집을 구경해도 좋다고 했다.

진작부터 강아지를 안고 한쪽에 있었으면 우리는 간단하게 집을 구경하고 나왔을 것 인데 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필자가 고객님에게 “이 아파트는 남향이고 앞에 큰 건물이 없어서 전망도 좋고 통풍도 잘 되며 일조량이 풍부해서 주거용으로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고객님도 마음에 들었는지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갑자기 임차인이 나서더니 “이 집은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두 가지 단점이 있다고 하면서 첫째는 비가 많이 오면 안쪽에 있는 방이 곰팡이가 피고 두 번째는 보일러가 2년에 한 번씩 고장이 나서 소모품을 교체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보일러가 주기적으로 고장 난 적이 없어서 조금은 의아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곰팡이 부분은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로 인하여 결로현상으로 인한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환기를 하지 않아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서 발생된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지금은 곰팡이를 제거하는 페인트와 약품이 있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보일러 수리문제도 상황에 따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거주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데 왜 이와 같은 말을 미리 토해내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론 개업공인중개사는 매물의 하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 설명을 해야 하지만 매물의 단점 보다는 장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확신을 심어줘야 고객의 마음이 동요되어 계약까지 도달 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를 보이면 속전속결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고민 속에서 방황하다가 물고기처럼 미끼만 빼어먹고 줄행랑을 치는 경우를 우리는 오랜 세월동안 체험하며 목격하고 있다.

물건을 다 보여준 후에 마지막 물건에 대해 특약사항에 문제점을 완벽하게 명기를 해 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집안 내부가 습기가 많이 차는 집처럼 느껴졌다면서 다른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주라고 하면서 총총히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아마도 임차인이 던진 말의 여파가 판단을 내리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오늘도 운수 없는 날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