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축제와 환희의 달이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아픈 상흔과 기억들을 모두 날려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한해를 맞이하고자 동료와 친구와 가족들과 즐거운 축제의 장을 펼치는 시기이다.

그래서인지 12월엔 모임들이 많아서 켈린더엔 모임을 알리는 동그라미가 유난히도 많이 그려져 있다.

지난주엔 부동산 모임도 있었다.

경기침체와 집값상승으로 경영이 어려워 그 어느 때보다도 모임 회원들의 얼굴이 많이 바뀌어져 있었다.

폐업을 하거나 타 지역으로 옮겨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거나 멀리 떠났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얼굴들이 그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같은 목적과 동일한 직업의 애환과 고통을 알기에 모임의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서로에게 귀감이 되고 실리가 있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서로 격려하며 좋은 방안을 잘 활용하자는 의미였다.

결산보고가 이어지고 신입회원들의 인사말도 있었다.

신입회원들의 얼굴엔 미소가 흘러넘쳤지만 미래를 향한 각오엔 사뭇 비장함이 묻어있었다.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소맥잔이 공중에서 부딪치며 하얀 물보라를 일으켰다. 여기저기서 건배소리가 창공에 울려 펴졌다. 사과 빛처럼 빨갛게 물든 얼굴들이 건강미를 한층 더 발산하는 것 같았다.

요즘 유행어인 119는 오늘밤에는 어림없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술만 마시고 일차로만 끝내고 늦어도 9시까지 귀가한다는 119가 아닌 두 가지 술에 2차까지 가며 3시에 이슬을 머금고 퇴근하는 223이 되지 않을까 염려 되었다.

요즈음은 술을 자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술 속에 묻혀 사는 애주가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일단 2차는 룸 소주방으로 향했다.

언제부터인가 광주에도 룸 소주방이 성행하고 있다.

상업의 중심지인 상무지구나 첨단지역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룸 소주방은 보통 1층 보다는 2층이나 3층에 위치하고 있다.

말이 소주방이지 단란주점이나 다를 바 없다.

노래방처럼 칸막이를 설치하여 룸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네온사인 아래에서 노래도 부르며 장단에 맞추어 춤도 추고

술도 마실 수 있는 구조이며 내부에 화장실을 설치하여 이용객들에게 편리성을 증대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노래를 부르지 않더라도 한 시간당 노래방비용으로

만원을 추가하기 때문에 술만 마시는 손님에게는 오히려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다르게 노래방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대형 컵이나 패트병에 담아서 맥주를 판매한다든지 가짜 맥주를 공급하여 건전한 위생 상태가 교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은 노래방협회가 주류협회에 비해 힘과 로비력 면에서 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드러운 액체가 한잔 들어가야 노래도 잘 나오는데 말이다.

아무튼 룸 소주방에서 우리의 탄성과 합창소리가 창공을 울리며 멀리 메아리쳐갔다.

노래방점수가 100점이 나오면 만 원짜리 배추잎사귀 하나씩 붙이기로 했는데 천 원짜리를 붙이거나 오백 원짜리 동전을 붙인다고 바닥에 떨어뜨리는 회원도 있는 등 아수라장이었다.

회원들이 열창을 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성소리가 비좁은 공간을 뒤흔들며 진동하고 있었다.

한바탕 폭풍처럼 뛰며 놀던 시간들이 이제는 서로 집을 향해 돌아서야 하는 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또 내일이면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의 직업상 과음과 무리는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적정한 선에서 마무리는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번 달에도 몇 개의 모임이 아직 남아있다.

솔바람처럼 향긋한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해서 절제의 미학을 생활화하고 술을 권하는 사회보다는 함께 운동하며 뛰고 달리며 건강한 삶을 위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본다.